2024. 10. 11. 19:33ㆍInsight
글또 10기를 시작합니다.
첫 글 주제를 다짐으로 쓰려고 했는데 막막하고 쉽지 않았어요. 내가 이전에 글이 잘 써졌을 때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생각해 봤어요. 검색했는데 정리된 글이 없을 때, "왜 이런 글이나 정보가 없지? 아쉽다"라고 생각이 들면 글이 잘 써졌어요. 삽질한 과거의 나에게 쓰는 기분도 들고, "내가 궁금하면 다른 사람도 궁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어요. 이게 저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생각해 보니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고민과 비슷했어요.
최근에 SNS에서 이런 글을 봤어요.
-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는 글로 적지 않아서다.
- 불안해하는 이유는 행동하지 않아서다.
- 일을 자꾸 미루는 이유는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다.
- 스트레스를 계속 받는 건 훈련하지 않아서다.
- 명확성이 부족한 건 일기를 쓰지 않아서다.
이 문장들이 요즘 제 상태와 많이 닮아 있어서 저장했어요. 그리고 살짝 바꿔봤어요.
-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된다.
- 행동하면 덜 불안하다.
- 계획을 세우면 일을 덜 미룬다.
- 훈련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 일기를 쓰면 명확해진다.
옛날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긴 한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너무 기대하거나, 반응이 없으면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글쓰기 자체가 의미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의미가 희미해질 때가 있어요. 글을 쓰고 반응이 없는 것은 실수나 실패가 아니라, 훈련이자 연습이고 실행 그 자체가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려 해요.
글또를 처음 참여했던 8기에는 스스로 만족했는데, 직전 기수인 9기에는 충분히 만족하지 못했어요. 글을 많이 못 써서 그런 것 같아요. 왜 그랬을까요. 생각만 많고, 글은 안 쓰고, 그 과정이 반복되었어요.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글또 10기에서 끊으려고 해요. 12번의 제출에 대한 계획도 세웠어요. 이번에는 데드라인에 휘둘리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다짐하고 글로 적으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어요.
최근에 들은 이야기 중에 기억나는 말이 있어요. 재난 상황에서 가장 흔하게 죽는 두 가지 케이스가 있대요. 첫 번째는 너무 당황해서 패닉 상태에서 급하게 행동하다가, 두 번째는 아무것도 안 하다가.
저는 특히 아무것도 안 하다가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아요. 작은 낌새, 약한 신호를 느꼈음에도 무시하고 넘어가는 상황들이 기억나는 것만 해도 꽤 있어요. 글쓰기도, 인생도,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조급해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만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앞서간다고 조급해하지 않고, 내가 멈추는 상황을 경계하려고 해요.
얼마 전에 코칭을 받은 적이 있어요. 시작할 때는 내가 누군가 때문에 힘든 일이 고민이었는데, 중간에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게 해 주고, 끝날 때는 내가 바뀔 수 있는 부분도 찾았어요. 혼자는 끄집어내지 못했을 내 안의 답을, 스스로 찾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나 자신도 바꾸는 게 쉽지 않은데, 남을 변화시키는 건 훨씬 더 어렵잖아요.
글쓰기는 코칭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요. 코칭이 상대방이나 다른 시선에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처럼, 글쓰기도 나는 객관적으로 보게 해줘요. 내 이야기를 써도, 다른 사람이 읽으면 어떻게 느낄까? 생각해 보게 되고, 누군가는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배우고, 어떻게 하면 내 생각과 의도를 잘 표현하는지도 배워요.
처음에는 과거의 나, 미래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려고 했어요. 글을 쓰다 보니 살짝 바뀌었어요. 미래에 잘 살고 있는 나, 미래에 정말 힘든 나에게 쓸래요. 잘 살고 있는 나에게는 고생했다고, 잘하고 있고,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힘든 나에게는 괜찮다고, 넌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너무 오래 머무르지 말자고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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